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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 인간-기술 관계론

하이데거의 기술 철학을 통해 현대 기술이 인간과 맺는 관계를 탐구합니다. 하이데거가 정의한 기술 척학에 기반해 기술의 본질, Ge-stell 개념, 그리고 기술 시대에서 인간이 취해야 할 태도를 정리했습니다.

베이지색 배경에 복잡한 구형 컴퓨터 장비의 파란색·주황색 일러스트와 "하이데거 인간-기술 관계론 - 기술의 본질과 인간의 역할" 제목이 있는 썸네일 이미지.

이서규님의 네이버 포스팅 내용을 요약한 글입니다.

원문: 하이데거에서의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고찰 – 이서규(건국대)

기술과 자연

자연은 기술적인 비축물의 기본 비축물이다. 기술이란 끊임없이 전개되며, 자연은 그 일부가 되어가는 과정에 놓여있다.

기술에 대한 일상적 이해

1. 도구로서의 기술

목적을 위한 수단인 기술. 인간은 끊임없이 기술을 수단으로서 여기며, 지배하려고 노력한다.

2. 인간의 행위로서의 기술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기술을 준비하고 사용하는 것은 인간의 행위다.

일상적인 ‘기술’의 본질 이해를 위한 수단과 목적의 관계

“기술은 스스로 눈-앞에-나타나지 않는 것 그리고 아직 눈앞에 있지 않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곧 이러 저러하게 달리 보일 수 있는 것을 발굴하는 것이다.”

원인, 빚지는 것 (causa, aition)

빚지는 것은 인과관계이며, 특정한 사물들이 서로 빚지고 있는 관계를 뜻한다. 서로의 결핍이나 동인(動因)이 아닌, 아직 드러나지 않을 것을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은접시와 은의 관계에서 은접시의 원인으로서의 ‘은’이 있고, 은접시는 은에게 빚지고 있다. 빚진다는 것은 곧 동기를 주는 것이다.

눈 앞에 가져오는 것 (poiesis, her-vor-bringen)

공업적인 작업이나 예술적 행위로 구체적인 형상을 드러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며, 은폐성에서 비은폐성(Unverbogenheit)으로 가져가야만 이뤄지는 것이다. 이것이 곧 어떤 것을 발굴한다는 것이다.

눈 앞에 가져오는 것은 발굴하는 방식 중 하나다.

발굴하는 것 (aletheia, entbergen)

기술은 어떤 것을 발굴하는 것이다. 기술은 목적을 위한 단순한 도구 및 수단이 아닌 발굴의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술(technology)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그리스어 techne이며, 이는 poiesis에 속한다. 하지만 techne는 episteme(지식)과도 관계가 있어 ‘인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대의 기술

현대 기술의 발굴함은 단순히 눈 앞에 가져오는 것(poiesis)이 아니다. 현대 기술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관계를 지배하려고 도전(herausfordern)한다. 이것이 일상적인 기술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는 지점이다.

인간의 기술 사용

  1. 인간은 세계를 대상으로 가져다 놓는다: 자신을 중심으로 자연을 가까이 두려고 한다.
  2. 인간은 여력이 충분치 않은 자연(세계)에 주문을 한다.
  3. 인간은 자신들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사물을 생산한다.
  4. 인간은 자신들에게 방해가 되는 사물들을 변형한다.

기술의 작용 ‘공급’: 개발, 변형, 저장, 분배, 전환

기술의 공급(stellen)이란 어떤 물건의 상태와 위치를 변경하는 이상으로, 발굴함을 통해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공급은 기술의 탁월한 작용으로서, 자연 전체를 항상 새로운 형태로 변형하고 변화시킨다. 인간은 기술을 통해 자연의 사물들을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주문하며, 이것이 기술의 비축품(Bestand)화다.

기술은 발굴을 통해 사물들을 드러내고 인간에게 제공하는데, 그 핵심은 인간-기술의 관계에서 ‘비축품’화가 핵심적인 존재 방식이라는 점이다.

현대 기술의 존재 방식과 위험

“인간이 그 자신의 편에서 자연에너지를 요구하도록 이미 도전되어지는 한에서만 이러한 주문하는 발굴이 일어난다. 인간이 그것을 위해서 도전되어지고, 주문되었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역시 인간은 자연보다도 더 비축품(Bestand)에 속하지 않겠는가?”

공급의 과정에서 인간 또한 종속될 수 있는 위험

인간이 핵심 수행자로서 기술의 주체로 역할하며, 기술의 세계의 실재들을 비축품으로 발굴하며 공급한다. 그러나 공급의 과정에서 인간 또한 종속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기술의 발굴 과정 속에서 인간이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기술이 전개되는 과정 속에 인간도 ‘이끌려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환자가 인간실험 재료로 쓰이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인간은 자연과 세계를 기술의 대상으로 여겼지만, 우리 스스로를 기술의 대상으로 만들어 내가며 종속되어가고 있다.

현대 기술의 본질, Ge-stell

“현대의 기술 속에 숨어있는 힘은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인간의 관계를 규정한다. 그 힘이 온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Ge-stell이란 존재하는 것이 비축품으로 발굴되는 모든 방식을 가리킨다.

발굴의 방식이 된 기술은 우리의 숙명(Geschick)이 된다. 이는 인간이 발굴이라는 과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를 내포하며, 기술의 힘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기술이 인간도 비축품으로 만들어 버리며,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 관계하는 것뿐만 아니라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의 관계를 위협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술의 위험의 본질을 깨닫는 것

“위험한 것은 기술이 아니다. 기술은 유령과 같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기술의 본질이 가지는 비밀이 위험한 것이다. 기술의 본질은 발굴의 숙명으로서 위험이다.”

기계 도구들이 갖고 있는 위험이 아닌, 기술의 본질인 ‘Ge-stell’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기술을 도구의 대상으로만 여기면 지배의 욕구에 매이게 되며, 기술의 본질을 벗어나게 된다.

핵심은 도구 및 작동의 존재로서 기계나 장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Ge-stell의 위협으로서 발생할 수 있는 ‘관계’의 파괴와 변형에 있다.

존재의 선물(Gabe)로서의 기술, 인간의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모두 존재

“위험이 있는 곳에는 구원자(das Rettende)도 또한 자라고 있다.”

Ge-stell은 인간 자신과 사물에 대한 관계를 왜곡시킬 수 있지만, 인간이 능동적으로 이 관계에 대해 탐구하다 보면 ‘인간 자신의 본래적인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내포하고 있다.

“인간은 기술을 손에 쥐고 있지 않다. 오늘날은 인간이 기술의 도구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완전한 존재망각, 존재의 완전한 은폐만이 지배한다.”

기술은 결코 인간에 의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다양한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기술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직시해야 기술이 가진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